주요한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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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N손해사정

01 기초사실

가. 망인은 2017. 4.경 피고와 사이에 상해사망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하면, 피고는 피보험자인 망인이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보험수익자인 원고에게 보험금으로 상해사망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하되,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망인은 2019. 9.경 자신의 자택 안방 장롱에 나일론끈(빨래줄)을 걸고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0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는, 망인이 우울증, 양극성정동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정신질환이 중하지 아니하고, 장롱에 끈을 걸고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사람의 자살방법으로 보기 어려우며, 달리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망인은 신변 등을 비관하여 자살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한 것일 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다툰다.

03 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상법 제659조 제1항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상법 제732조의 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들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하는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참조).

그리고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性行),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① 망인은 약 10년 전부터 사망 직전까지 약 10년간 중등도 내지 고도의 우울증을 앓아 왔고, 2010. 6. 3.경부터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우울증, 불면증, 양극성 정동장애 등에 대하여 약물치료를 받아 온 사실, ② 망인은 10여년의 대부분의 기간에 걸쳐 우울, 불면, 감정조절의 어려움, 알코올 의존, 충동적인 행동, 자살사고, 자해시도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였고, 지속적인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완전한 호전이 없었던 사실, ③ 망인을 치료한 병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망인에게 입원을 권유하였으나 확인되지 아니하는 이유로 입원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한 사실, ④ 망인은 사망하기 약 4개월 전에는 이상체중감소로 11일간 입원하였고, 약 1개월 전에는 위장염 및 결장염 증상으로 5일간 입원하고 알콜성 간염 치료를 받기 시작한 사실, ⑤ 망인의 마지막 진료일 진료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최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이 잘못되어 여관생활을 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고, 이에 더하여 밤에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하는 사고까지 겪게 되어 불안 및 심계항진이 심한 상태였던 사실, ⑥ 사망 당일 01:00경을 기준으로, 망인은 맥주 10병, 소주 2병, 백세주 1병을 마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던 사실(망인의 평소 주량이 작지는 아니하나, 사망 당시 만취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된다), ⑦ 망인은 만 35세의 나이로, 이혼 이후 홀로 주점에서 일을 하면서 어린 자녀 둘을 양육하여 왔고, 유서나 기타 메모 등 신병정리의 흔적은 남기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이 오랜기간 우울증을 앓아 왔고, 그 정도 또한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상태였던 점, 자살 즈음에는 질병 및 사고 등으로 평소보다 더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자살 당일 자택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빨래끈을 장롱에 걸어 목을 매는 방법으로 자살하였고, 유서 등 신병정리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망인이 자살을 미리 계획하거나 준비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망인이 정신질환과 만취 상태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충동적, 우발적으로 자살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중증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행위에 나아간 것으로 판단된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과 이에 대하여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희망하는 시간에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