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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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ON손해사정

01 기초 사실

망인은 2016. 10.경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외상성 폐손상 및 뇌손상으로 사망하였다.

망인은 2014. 2.경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보험기간 중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에는 상해사망보험금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망보험금의 수익자 A는 2016. 11.경 상해사망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02 당사자들의 주장

A는,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유로운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서 투신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망인의 법정상속인인 A에게 상해사망보험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보험사는,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심신상실이나 정신질환의 상태에 있지 않았고, 따라서 이는 면책사유인 단순한 고의적인 자살 사고에 불과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03 법원의 판단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심신상실 등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가. 인정되는 주요 사정들

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약 7개월 전부터 B와 깊이 사귀는 관계였는데, 이 사건 사고 당일 오후 B와 함께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여부 확인을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한 후 헤어지려고 하였으나, 망인은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고 B와 함께 술을 마신 이후에도 귀가하는 것을 거부하자, B는 일방적으로 망인을 내버려 둔 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망인은 택시를 타고 B의 위 주거지 아파트에 도착한 후 혼자 그 곳 아파트 20층 계단에 앉아 소주와 맥주 등을 마심으로써 그 곳 계단을 비틀거리며 내려올 정도로 만취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은 그 후에도 B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계속하여 B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하였고, 이에 B는 어쩔 수 없이 망인을 집으로 들어오게 하였는데, 이 때 망인은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여 양성반응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B에게도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망인으로서는 이러한 원치 않는 갑작스러운 임신과 B와의 관계 단절에 대한 극도의 불안 등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B와 몸싸움을 하며 매우 심하게 다툰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B가 망인에게 “집에 가라”고 하면서 망인의 가방과 휴대폰을 현관문 쪽으로 던지고 망인의 손을 잡아 강제로 현관 밖으로 내보내려고 하였으나, 망인은 절대 집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갑자기 위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서 방충망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하자, B가 일단 망인의 머리카락과 팔을 잡고 떨어지지 않도록 뒤로 잡아당겨 망인의 투신을 막았으나, 그 이후에도 망인은 집에 가지 않았고, B가 계속하여 망인에게 집에 돌아가라고 말하자 망인은 “알았어, 갈게”라고 대답하여, B도 망인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방에서 옷을 입고 있는 순간 망인은 다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진 것으로 보인다.

③ 그 후 망인의 사망원인 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절차가 진행되었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 결과, 망인의 사망 원인은 ‘추락으로 인한 고도의 흉부 및 복부 손상’으로 밝혀졌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무려 0.240%（사고력이 떨어지며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판단능력이 저하되는 중등도의 명정 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감정되었다.

④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에도 술을 마시면 행동이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약 10년 전에는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남편과 다투다가 자신의 손목에 칼을 그어 자해를 한 사실이 있는 등 망인은 평소 술을 많이 먹은 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자해를 시도하는 성향을 보여 온 것으로 보인다.

⑤ 즉,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B와의 관계 단절, 예상치 못한 임신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다 술에 만취하여 망인의 가족들과 주변의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에서 과거부터 보여 왔던 자해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채 극도의 모멸스럽고 격분된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자신을 몸을 던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 소결론

위에서 인정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망인은 보험금 수령을 염두에 두고 자살을 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오히려 위와 같은 망인이 평소에 겪고 있었던 자해 충동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들에 이미 노출된 상태에서, 이러한 자해 충동이 B와의 심한 몸싸움 등에 의해 촉발됨으로써 극도의 흥분과 심리적 불안상태를 이기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으켜 정상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거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 스스로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지게 된 것으로 판단되고, 이는 망인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보험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이상, A에게 위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희망하는 시간에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