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의무]일시적인 고혈압 상태를 알리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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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2 2017.06.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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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행 경과]
1. A는 2015. 1. 27.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2. A는 2015. 8. 6. 22:10경 돼지축사 앞의 수심 약 50cm 상당의 하천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3. A의 법정상속인들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거절되었다.
[보험사의 주장]
1) A는 고혈압 등 질병으로 사망한 것일 뿐, 이 사건 보험계약에서 정한 ‘외래의 사고에 의한 상해’로 사망한 것이라 할 수 없고, A에 대한 부검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이 사건 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2) A는 고혈압 질환 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해지하였다.
3) 따라서 보험사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법원의 판단]
1) 인정사실
① A는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인 2015. 8. 6. 저녁식사를 마친 후, 21:40경부터 돼지축사에서 먹이를 주는 일을 하였다.
② A는 그 직후 착용했던 장화를 씻기 위하여 돼지축사 인근의 하천으로 향했는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2:10경 위 하천에서 물에 뜬 채 사망해 있던 상태로 발견되었다. 위 한천의 수심은 50cm 정도였고. 타살로 의심할 만한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
③ A를 검안한 의사는 사인에 대하여 ‘미상’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사고 당시 현장출동을 하였던 소방서와 수사를 담당한 경찰서는 A의 사인을 모두 ‘익사’로 판단하였다.
④ A는 사망 당시 만 23세였고, 평소 음주와 흡연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
⑤ A는 2011. 7.경 병무청에서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본태성 고혈압 2급(수축기 혈압 150mmHg, 이완기 혈압 87mmHg)로 판정되어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았다.
⑥ 그 후 A는 2014. 10.경 보건소에서 채용을 위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혈압(수축기 혈압 114mmHg, 이완기 혈압 89mmHg) 등 검사 항목에서 대체적으로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진단받았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이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되었는지 여부
보험자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하여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가 있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러한 사항의 존재에 대하여 이를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하여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하여야 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 A는 2011. 7.경 신체검사 과정에서 본태성 고혈압 2급으로 판정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다른 한편 A가 위 신체검사 이후 2014. 10.경 정상 혈압 진단을 받았고, 달리 특이소견이 발견되지도 아니한 사실, A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살펴보더라도 A가 달리 특별한 질병 등을 앓아온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 사실, A가 대학을 졸업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까지 직장생활을 계속해 온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설계사이었던 B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A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A가 비록 과거에 고혈합 등의 진단을 받은 바 있다 하더라도, A가 고혈압 진단을 확정적으로 받은 것으로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A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 고혈압 진단 등의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해보험계약상 정한 보험사고의 요건인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서 ‘급격한 사고’라 함은 미처 대비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에 발생한 사고를, ‘우연한 사고’라 함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각 의미한다. 또한 ‘외래의 사고’라 함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러한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의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보험금청구권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① A는 사망 당시 만 23세의 매우 젊은 나이였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직전까지 돼지축사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하다가, 그로부터 30분 정도가 경과한 시간에 축사 인근의 하천에서 익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② 위 하천은 수심인 약 50cm 정도로서 그리 깊다고 볼 수는 없으나,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눕거나 엎드린 상태에서는 충분히 전신이 물에 감길 수 있는 깊이이므로, 만일 외래적 충격 등으로 인하여 정신을 잃는 등의 경우에는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위 하천에서 익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③ A가 2011. 7.경 신체검사 과정에서 본태성 고혈압 2급의 진단을 받은 바가 있기는 하나, 그 후 이 사건 사고 발생시점에 보다 가까운 2014. 10.경에는 정상 혈압 진단을 받았고, 달리 특이소견이 발견되지도 아니하였다.
④ 또한 A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을 살펴보더라도 달리 특별한 질병 등을 앓아온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⑤ 나아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설계사도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A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한 바도 있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익사의 원인이 정확하게 판명된 것은 아니지만, A가 이 사건 사고 당시 가지고 있던 자신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따라 익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비록 A가 사망 당시 다소 비만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바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위 사실인정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각 상속지분 비율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다.